01
So call me anything
거만과 오만과 교만

 

오늘 내가 글을 쓰고 싶게끔 만들었던 우리말 어감 사전의 한 단락을 시작으로, 오랜만에 묵직한 감정의 골을 써내리고자 일기장을 찾았다. 그 동안의 근황, 지난 날 길게 고민했던 일이 유의미하게도 재택으로 일자리를 구했고 제법 엉성하고 느슨하게 일하며 어딘가에 소속되어 무던히 삶을 소비하는 중. 이상하게 '그 동안' 이라는 단어를 계속해서 쓰게 되는데, 이 곳을 찾은지 너무 오래라 스스로가 머슥한 모양이지. 많은 어미를 잃었고, 미사여구를 잊었으며, 문장을 구성하는데 더러 구멍이 뚫린 듯 멍청해진 기분 속에 살아, 그럼에도 무언가를 읽거나 취득하는 일을 게을리하며 자신을 죽이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공백이었다. 그 사이 제법 진부하게도 지옥이란 단어로 지칭하게 될 1월 1일을 보냈고, 미묘하게 남은 거리감과 휘발된 감정 후에 잔해들이 표정을 공허하게끔 만들어 셀쭉한 입모양을 하고 안쪽으로 무던히 혀를 씹는다.

 

되돌이킬 수 없는 순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모호한 상실감, 좀먹는 우울.

 

상실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 잊었던 것들을 다시 깨우치면 이야기해 보기로 합시다.

 

/

 

사랑은 상대의 언행을 선해할 마음이다.

절실히 닿는 문장을 놓아두고, 내 긴 삶 동안 사랑을 정의할 수 없음에 좀처럼 모호한 태도를 취했던 일들이 문장 하나에 전부 고꾸라짐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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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

사랑을 뜻하면 늘 알게해. 라는 답이 버릇처럼 머릿속에 재생된다. 연연하지않는 것은 애정의 배반이라 여겼던 지난 날이 무색하게도 정말 마음에 담지 않고 갈등을 갈등으로만 치부해 머릿속을 비우는 일이, 사소하게는 매일이 존중이라 느슨해졌지만 결코 늘어지지 않는 이 관계가. 사랑이 무엇인지 물으면 여전히 쉬이 답을 할 수 없는 사람에 가깝지만 매 순간 늘 그 감정을, 형태를 알게 하는 사람이 있어 조금이라도 더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충만하다는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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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기어나와서 주절

얼마 전, 일을 시작하고 주말이 되자마자 미뤄뒀던 답을 돌리고 여유가 생긴 것 같다는 식으로 지인들에게 안부를 물었다. 다정히 돌아 답을 해주는 마음에 애틋함이 조금. 거기에 더해서 그 순간에만 느낄 수 있을 혹은 지나면 부질없어지는 시간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됐는데, 이를테면. 나를 필요로하는 시간에 부재하고, 그러고나서 한참 뒤에 돌아와 상주함을 알리는 일 같은 거. 인생의 역치가 높아짐에 더이상 섞일 수 없어 서로 이해하는 것들이 늘어나고, 그렇기때문에 포기하는 것들도 늘어난다는 지극히 이타적인 사실이 더이상 슬픔이나 괴로움으로 닿지 않는 것을 느끼니 이렇게 무뎌져 점차 밍숭맹숭한 사람이 되는걸까 하는 물음이 들었다. 나는 여전히 예민하고 모든게 불편한 사람이지만, 이전처럼 모든 것에 연연해 슬퍼하지 않고, 뜻없는 것에 뜻을 만들어 이름 짓지도 않는다. 해서, 일전에는 명명하고자 한다면 충분히 이름 지을 수 있는 것들을 외면했다면, 현재는 조금 더 손쉽게 단어에 낙인을 찍고 원래 그랬던 것으로 치부해 넘길 수 있는 지경에 이르러, 나쁘게 말하자면 재미없는 사람이 되었고, 좋게 말하자면 단단한 사람이 되었다고..........^^; 올해들어 일기장을 찾지 않아 돌아보니 7개월 남짓한 시간에 글이 하나 뿐인 것이, 이전처럼 그냥 행복하고 그 행복에 안주할 수 있는 사람으로 놓여 주절거리고 싶은 것이 덜해진 것인지, 아니면 많이 달라졌기에 또 다른 양상처럼 그저 시간을 셈하는 것인지. 한참 뒤에야 알 수 있는 일이겠지만 모쪼록 내내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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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에 대하여

 

 습관처럼 용도없는 편지지를 찾아 하고싶은 말을, 해야하는 말을. 포장하고 숨기고 가리고 묻어 써내리며 일률적으로 빼곡하게 적힌 활자들을 보는 일. 습관이라고 처음 명명한 것과 같이, 그 당시에는 그것이 습관이자 애착이고, 고여 썩어가는 사랑을 표현할 유일한 돌파구로 여기며 무던히 적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랐을걸. 그냥, 그냥 그렇게 적었다. 값싼 애정을 표하며 사랑을 남발하고, 되돌아오는 애정에 헐떡이며 뿌듯함을 느꼈지. 쭉 적어내리며 그리운 것을 보면 분명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었음이 분명한데, 왜 이렇게 공허하고 부질없음으로 닿을까? 이제는 다시 하자고 마음 먹어도 절대로 적을 수 없음에 나는 이제 편지를 적을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곁에 항상 머물던 편지지도 이제는 서랍 깊숙히 숨겨 없앴고, 다듬어지지 않은 사랑의 말을 가벼운 마음으로 뱉을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참으로 가벼운 사랑이 아니었을 수 없다. 그런 솜털같은 사랑을 발판삼아 성장한 나또한, 얼마나. 가벼운지. 지금 느끼는 위태로움은 이곳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닿는 모든 것들이 가볍다. 사랑, 시간, 기념일, 축복받고 축하해야하는 모든 자리. 밍숭맹숭한 마음은 똑같이 애매한 축축함만을 남기고, 좀처럼 애틋하게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일기장에 기대 과거를 핥는다. 바뀐 게 없다, 라고 적고서 이정도면 많은 것이 변화한 게 아닌가 하고 반문했다. 얄팍한 사람. 이토록 나와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또 있을까.

 

 

/

이 글을 적고 남은 편지라도 좀 찾아볼까 싶어서 짐을 뒤지다가 승질만 돋우고 잔뜩 날이 선, 스트레스 받은 상황만 남기고 끝났다. 개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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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을 묻는 다정함

 

 

요즘 종종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말을 듣는다. 연락을 오래 안 했으니까, 연말이니까, 갑자기 생각나서, 답지 않아 보여서. 다양한 이유들로 하여금 닿는 공허하고 다정한 질문들에 좀처럼 쉽게 답을 내지 못하는 건 문제다. 나는 꽤 행복해, 요즘엔 별 생각이 없어. 행복하면 상황을 흐리게 보게 되잖아. 그 속에 매몰되어 다른 걸 보지 못하게 되잖아. 그건 내 특성 같은 것이고, 역설적이게도 행복할 때면 땅을 파고 들어가 몸을 보호한다. 오래 그래왔다. 나와서 천연덕스럽게 굴 수 있었을 때가 얼마나 있었다고, 그런 불온함을 겪어온 나의 지인들은 이따금 이럴 때마다 묻는다. 어떻게 지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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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요즘 근황. 취업을 하거나 외주를 받거나 둘 중 하나라도 급하게 해야하는 상황에 하루종일 잠만 자며 시간을 죽이는 중. 때때로 알 수 없이 이렇게 태평할 때, 생각하기를 멈춘 사람처럼 구는 것이 역하다가도 답다 싶어서 우습다. 몇주 내내 즐겨 보게된 스트리머 영상을 보고 마찬가지로 시간을 죽이고 있다. 그 사이에 2016년도에 걸친 일기를 쭉 읽었고, 다듬어진 말과 글을 보며 조금은 뭉클해졌다. 그리고, 마주하기 힘들었던 지난날의 글들은 계속 마주하기 힘들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버리지도 갖지도 못하는 마음들이 그대로 묻혀 썩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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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것들을 기리며

 

 

 일전에,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조급함과 함께 털어 버렸을 때. 그 때 나의 어떤 모럴이나 줏대까지 함께 버린 것이 틀림 없다. 사랑으로 쓰였으나 그것이 결코 사랑이 아니었음을 스스로도 모르지 않았을텐데. 그렇기에 소중한 한줄기의 미련 같은 것들을 회사 서랍 깊숙이 숨겨 오래 간직했던 것이겠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게 없는 것이, 스스로의 감정을 곧게 보고 후회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음에도 지나보면 모두 타인에게 비롯된 감정이고 조급이다. 그런 조급으로 잃은 것들은 찬란하고 빛나는 것들이고, 그런 조급으로 생긴 것들도 찬란하고 빛나는 것들이다. 참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어. 지나간 것들은 결코 다시 돌려낼 수 없는 것들이기에 더욱 미화되고 화려해져 한켠에 묵직하게 놓였다. 그런 것들이 하나, 둘, 셋 모여 그른 인생, 돌릴 수 없는 실수, 무력감 따위만 남기는 것이겠지. 울화통이 치밀어 문득 울고 싶어졌지만, 눈물 하나도 울고 싶을 때 울지 못하는 사람이기에 토해낸다. 치졸하고, 더럽고, 사랑스러운 나의 지나간 것들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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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의 기록

 

 뭉클, 속이 답답해 울고싶어지는 기분. 애인은 이걸 사랑이라고 적었다. 사랑이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사랑으로 쓰이는 것들은 그 종류가 무궁하여 내가 채 알지도 못하는 공간에서 점차 그 크기를 키워 인지했을 때는 이미 늦었을 때가 많아. 이번에도 그러했다. 어제와 오늘은 꽤 기분이 축축했는데, 티를 내지 않고 일상을 살아감에 ( 그래야했다. 상황이 좋지 않으니. ) 조금씩 정리를 하다보니 닿았다. 그러면서 과거에 적었던 사랑을 울렁거리는 기분으로 헤집어 보다가, < 정말이지 빗소리 없이 눅눅한 밤이다. > 라는 문장에 붙들렸다. 오늘과 이토록 잘 어울리는 문장이 또 있을까. 가끔 현실은 영화보다 극적이다. 진부한 문장으로 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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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고 시린 것들에게 이름 붙이고자 수식하면 딸려 나오는 단어들. 진부하지만 근간이 되는 습도 높은 색채들은 미적지근하고 축축했기에 다르게 명명하곤 했다. 청靑이란 끓는 점이었고, 또 청靑이란 말라죽어버린 어魚였으니. 이름 붙이는 것이야말로 근간을 흔드는 일이 틀림없음에 모든 단어들에게 설익은 불면, 사고, 통증, 죽음 따위를 세기며 천장 없이 끓는 온도를 다만, 애정에도 불감이 존재한다지. 번민을 농담처럼 곱씹는 일. 감상적으로 몰아 나의 약어 삼는 깊은 불행은 모든 오감을 틀어막고 맹신으로 쓰였다. 다만, 낯선 언어를 질질 끌어 한 방향의 사랑으로 감싸 무한하게 순환하다 보면 어디선가 불명확한 물 비린내가 불어와 아, 이것이 청靑이구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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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한

 

이해가 애정의 영역이라고 공평하게 생각하지만, 돌아 생각해 보면 대가 없는 이해만큼이나 유해한 것이 없었다. 악의 없이 타인을 이해한다는 말을 다정으로 뱉으며, 얄팍한 긍정을 수단 삼아 사람을 사람으로 얽는 행위에 남는 것이라고는 어설프게 조율된 관계, 혀 아래 고이는 회한. 오해 속에 남아 팽팽할수록 당겨진 줄은 쉽게 끊어지는 법이니, 더 볼품없이 내팽겨지는 쪽이 이기는 쪽이라고 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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