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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call me anything
Don't Breathe, 2016


Don't Breathe, 2016

 

개인 블로그, 개인적인 이야기, 영화에 대한 스포 있습니다.

 

예전에는 누가 안 보면 이놈 하는 것 마냥 한 달에 영화를 서너 편씩 꼭 봤었는데 7월에 들어서면서부터 그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특별하게 보고 싶었던 영화가 없던 것도 한몫했지만 옆에 있는 사람한테 푹 빠져 살다시피 하니까 그 잠깐, 두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연락을 못 하는 게 싫어서가 더 큰 거 같아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못내 감정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 내가 이 정도로 사람에 빠져 사는 게 낯설고 생소하고 꺼려지기까지 하다가도 곧 그냥 너무 좋아죽겠는 감정에 어휴, 어휴 하고 있다. 신기해. 그리고 좀 무섭기도 해. 나는 겁쟁이니까. 

 아무튼 각설하고 맨인 더 다크를 보러 가기 전에도 몇 번이나 고민에 고민을 했기 때문에 예매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3일이던가? 내용은 그렇다 치고 그냥 영화관에서 영화가 보고 싶었던 거 같다, 홀린 듯 영화관까지 간 걸 생각하면. 공포영화 못 보는 친구를 끈덕지게 조르고 졸라서 텅 텅 빈 평일 오후 시간대에 팝콘 통을 들고 앉았을 때, 그때부터 나는 조금 설렜는지도.음 아무튼 간 이야기하고 싶은 건 내가 영화에 대해서 기대를 조금도 하고 가지 않았다는 거. 그냥 적당히 숨통 조이는 느낌을 받고 싶어서 간 건데 영화는 정말 상상 이상이었다. 와, 일단 전개가 빠르고 군더기가 없었으며 자연스럽게 녹아든 복선, 아이템들, 인물의 삶. 특히 나는 인물의 삶에 있어서 중요 인물들을 빠트리지 않고 깔끔하게 설명한 영화는 정말 오랜만이라서 너무 좋았다. 할아버지의 집 지하의 여자가 딸을 죽인 범인이라는 건 음 어느 정도 상상이 가능했는데 그 여자를 통해서 아기를 얻으려고 한 건.... 정말 ㅋㅋ 또 자기는 강간범이 아니라며 한 행동은 강간범 그 이상이었던 것이다.... 진짜.... 응... 엄청나. 그 밖에 어둠 속에서 쫓고 쫓기는 장면이나 거실에서 할아버지와 같은 공간에 있던 것 등 할아버지가 맹인이기에 다가오는 그 공포감은 나까지 숨을 참게 하기 충분했다... 헉 헉 헉 계속 영화 보는 내내 숨을 참았다. 카메라 앵글도 마치 보는 사람이 그곳에 같이 있는 것 마냥 비춰서 할아버지가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천천히 걸어올 때마저 나는 혀를 씹었다. 음, 영화 중 가장 으뜸이었던 건 깔끔한 마무리. 나는 끝부분이 가장 좋았다. 여자애가 돈을 챙기고 동생이랑 떠나다가 뉴스를 보고 공항을 지나는 그 장면. 나는 그 여자의 뒷모습에서 평생 족쇄가 될 공포와 처절함을 봤다. 돈을 얻으면.. 뭐 해.. 나는 그 할아버지가 살아있다는 것 하나에 돈을 쓰면서도 찝찝하고 집에 자물쇠 435943758개 만들겠다.. 아무튼간 엔딩 스크린이 올라갈 때 나는 손뼉을 칠 뻔했다. 오랜만에 보는 완벽한 영화라서. 한 번 더 보러 가고 싶다...... 이번엔 혼자.

yunic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