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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call me anything



푸르고 시린 것들에게 이름 붙이고자 수식하면 딸려 나오는 단어들. 진부하지만 근간이 되는 습도 높은 색채들은 미적지근하고 축축했기에 다르게 명명하곤 했다. 청靑이란 끓는 점이었고, 또 청靑이란 말라죽어버린 어魚였으니. 이름 붙이는 것이야말로 근간을 흔드는 일이 틀림없음에 모든 단어들에게 설익은 불면, 사고, 통증, 죽음 따위를 세기며 천장 없이 끓는 온도를 다만, 애정에도 불감이 존재한다지. 번민을 농담처럼 곱씹는 일. 감상적으로 몰아 나의 약어 삼는 깊은 불행은 모든 오감을 틀어막고 맹신으로 쓰였다. 다만, 낯선 언어를 질질 끌어 한 방향의 사랑으로 감싸 무한하게 순환하다 보면 어디선가 불명확한 물 비린내가 불어와 아, 이것이 청靑이구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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