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처럼 용도없는 편지지를 찾아 하고싶은 말을, 해야하는 말을. 포장하고 숨기고 가리고 묻어 써내리며 일률적으로 빼곡하게 적힌 활자들을 보는 일. 습관이라고 처음 명명한 것과 같이, 그 당시에는 그것이 습관이자 애착이고, 고여 썩어가는 사랑을 표현할 유일한 돌파구로 여기며 무던히 적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랐을걸. 그냥, 그냥 그렇게 적었다. 값싼 애정을 표하며 사랑을 남발하고, 되돌아오는 애정에 헐떡이며 뿌듯함을 느꼈지. 쭉 적어내리며 그리운 것을 보면 분명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었음이 분명한데, 왜 이렇게 공허하고 부질없음으로 닿을까? 이제는 다시 하자고 마음 먹어도 절대로 적을 수 없음에 나는 이제 편지를 적을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곁에 항상 머물던 편지지도 이제는 서랍 깊숙히 숨겨 없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