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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call me anything
지나간 것들을 기리며

 

 

 일전에,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조급함과 함께 털어 버렸을 때. 그 때 나의 어떤 모럴이나 줏대까지 함께 버린 것이 틀림 없다. 사랑으로 쓰였으나 그것이 결코 사랑이 아니었음을 스스로도 모르지 않았을텐데. 그렇기에 소중한 한줄기의 미련 같은 것들을 회사 서랍 깊숙이 숨겨 오래 간직했던 것이겠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게 없는 것이, 스스로의 감정을 곧게 보고 후회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음에도 지나보면 모두 타인에게 비롯된 감정이고 조급이다. 그런 조급으로 잃은 것들은 찬란하고 빛나는 것들이고, 그런 조급으로 생긴 것들도 찬란하고 빛나는 것들이다. 참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어. 지나간 것들은 결코 다시 돌려낼 수 없는 것들이기에 더욱 미화되고 화려해져 한켠에 묵직하게 놓였다. 그런 것들이 하나, 둘, 셋 모여 그른 인생, 돌릴 수 없는 실수, 무력감 따위만 남기는 것이겠지. 울화통이 치밀어 문득 울고 싶어졌지만, 눈물 하나도 울고 싶을 때 울지 못하는 사람이기에 토해낸다. 치졸하고, 더럽고, 사랑스러운 나의 지나간 것들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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