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렴풋 인지하고 있었던 내 그럴듯함의 기원을 직면하는 일. 짙은 우울감과 상실, 걱정, 격정 같은 것들로 하여금 일기장을 찾고, 일렬의 정리되지 못한 감정을 토해내듯 전부 쏟아낸 뒤 감정에서 이성으로, 이성에서 일렬로, 일렬에서 계획으로 다시 살아가고자 한다. 쉬이 끝내지 못하는 단절의 영역은 역설적이게도 제게 살아갈 구실로 남아 몇 자 지끄리는 것만으로도 숨통을 틔게한다. 빨대같이 가늘고 좁은 관을 타고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훅 훅 동하지 않는 마음을 들춰내면 나는 또 살아, 끝과 시작을 정하지 않은채로 무던하게.
내 첫번째 고양이가 아프다. 그 눈을 보면 덩달아 슬퍼진다고 했던 감정을 상기하니 언젠가는 반드시 일어날 상실 같은 지극히 당연한 이별이 퍽이나 무서웠던 모양이지. 단단해지고자 애쓰던 지난 날들이 상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고꾸라져 발목을 붙들었고, 그대로 넘어져있을 수 없어 애써 신경을 다른 곳에 붙든다. 아닌 척, 척, 척 척질에도 채 가려지지 못한 날것의 감정이 가늘게 숨 쉴 때마다 툭 툭 튀어나왔다. 상실을 쪼개 조금씩 받아 마셔, 고독의 유예를 계속해서 누군가에게 꾸는 것마냥 내 마음은 항상 그늘 속에 서있다. 언젠가, 다만 언젠가 겪을 이별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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