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So call me anything
2016.11.14




버려진 일기장을 마주하는 건 참 써서 몇 주 정도 방치를 해두니까, 이제는 저절로 기어들어오게 되는 게 천성이가 싶다. 오늘 좋아하는 책을 읽는데 딱 그 구절이 나오더라, 넌 잊어선 안 돼.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넌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는 거니까. 너는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나는 이 말이 참 묘하다. 누군가에게 길들여졌다고 대답하는 행위는 이제 더 이상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나는 분명 누군가에게 길들여지고 길들여졌다고 이야기하겠지. 이따금 내가 뻔한 사람인 게 너무 참을 수 없이 싫어서 소리를 지른다. 그럼에도 나는 뻔한 인간이다. 뻔하고 어떻게 보면 당연한 절차를 밟으며 나는 대체 뭘 생각하고 있는가. 생각까지 뻔하면 좀 좋냐, 인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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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2





요즘 종종 아주 많은 확률로 큰 사람 혹은 동물이 나를 꼭 안아주는, 품어주는 꿈을 꾼다. 그게 전부가 아니지만 일어나서 기억나는 것들은 전부 사랑을 많이 받던 장면이나 포근하게 안겨있는 장면이라서 예전보다 조금 더 여운에 눈을 감고 꿈을 더듬는다. 그리고 나서는 반드시 진정한 행복이나 완벽함이란 무엇인지 고민을 한다. 매우,,, 인간적이지 않을 수가 없네. 오늘은 큰 사자와 늑대가 나와 나를 지켜줬다. 나는 스스로가 주체적이고 생존적이고 또 독립적인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끊임없이 자기 최면을 하는데 그런 최면들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아주 이질적이게 나는 누군가의 보살핌을 원하고 정신적인 지주를 탐하곤 하는데 막상 그런 사람이 생긴다고 해도 끝끝내 기대지 않을 걸 안다. 의리 없는 년. 나는 나를 그렇게 부르곤 했다.


 


나에게 있어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라는 말은 로또에 당첨되고 싶다, 천재가 되고 싶다, 다시 태어나고 싶다ㅡ 이런 일렬적인 소망의 범주에 포함되어 한사코 그건 꿈이지 너스레를 떨며 나는 그런 거 바라지 않아 하고 건강한 사람 행세를 하는 하나의 수단이다. 그래도 꿈이란 게 소망이란 게 너무 달콤해서 이따금 버티기 힘들 때 그렇게 가끔씩, 꿈에 나와 주나보다. 차라리 몰랐으면 싶은데. 내가 갖지 못한 달콤함은 너무 커서 금방 잊기가 힘들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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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청이가 죽었을 때,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렸어? 하고 물었다. 나는 그게 으레 죽은 물고기를 버리는 방법이라는 걸 안다. 나 또한 숱하게 많은 죽은 물고기들을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렸다. 다시 한 번 낙사해서 죽는 그 모습을 보고 저 멀리 떠내려가 다시 살아 움직이는 상상을 했다. 어쩌면 죽은 척을 한 게 아닐까, 여기가 너무 좁고 답답해서. 참을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을 때 비로소 죽은 척을 하고 나를 떠나는 게 아닐까. 청이가 죽은 지 몇 달조차 채 되지 않았지만 나는 좀처럼 그 죽음을 떠올릴 수가 없다.


 


어렸을 때 손가락 길이만 한 주황색 금붕어를 다섯 마리 넘게 기른 적이 있었는데 나는 그 금붕어들이 너무 좋아서 어항째로 가지고 다니며 자랑을 했었다. 뚜껑이 빨간 색인 플라스틱 수집통이었는데 만원 남짓하게 구입해 손잡이가 영 부실했던 어항으로 기억한다. 어렸던 나는 그 부실한 손잡이가 그들의 목숨 줄이라는 걸 알 턱이 없었고, 곧 운이 좋게 ㅡ혹은 나쁘게ㅡ 엘리베이터 안에서 부실한 손잡이가 엇나가며 어항이 바닥을 쳤다. 바닥에 깔아뒀던 돌들이 사방으로 튀고 금붕어들이 배를 보이며 펄떡거렸다. 나는 뜨거운 손으로 금붕어를 건져올렸다. 금붕어들은 더 펄떡거렸다. 아주 조금 남아있는 어항 속 물 안에서 미친 듯이 입을 뻐끔거리던 그들을 기억한다. 나는 그 이후로 금붕어들을 부모님에게 떠넘기고 약하디 약한 수중 생물을 멀리했다.


 


어린아이의 얼굴을 하고서 금붕어에게 화상을 입힌 이 여자는 커서 폐로 호흡하는 물고기를 기른다. 저를 위해서 멀리까지 나가 수초를 사 왔더니 그 수초들의 뿌리를 주둥이로 다 찢어발겨놔 그 찌꺼기 위에서 잠을 자던 물고기였다. 먹이를 보면 플레어링을 하는 바람에 이름은 (멍)청이었고, 또 반대로 푸른색이라서 청靑이기도 했다. 그 맘 때 나는 그 물고기를 기르는 내가 사랑스러웠던 건지, 그 물고기가 사랑스러웠던 건지 의문이 든다. 일 년 넘게 함께하며 점점 노쇠하는 걸 지켜보며 인간의 죽음보다 더 가깝게 다가온 내 청이는 그렇게 겨울을 견디고 봄을 맞이하다가 가장 좋아하는 여름의 계절에 죽었다. 항상 죽은 척을 하며 내 심장을 주무르던 청이의 진짜 죽음은 죽은 척과는 달랐다. 외출 후 곧장 어항을 보러 가는 내 짧은 습관에 직관적으로 오늘이구나 했다. 어항 벽에 기대 지느러미를 축 늘어트린 청이를 보고 나는 지극히 인간적인 고민을 하며 손톱을 뜯었으니 나 또한 일관적인 사람이 맞는가보다.


 


누군가 또 청이는 어떻게 했어?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렸어? 하고 묻는다면 나는 또한 입을 꾹 다물 거라 확신한다. 나에게 가장 복잡했던 시간을 같이 보낸 내 물고기는 내 고민들을 먹고 자라 그렇게 일찍 간 거야, 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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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지칠 줄 모르던 대상 없는 연민과 죄의식이 요즘엔 꽤 덜하다,고 생각했다. 덜하다고 생각하니 덜한 게 아니라 아예 생각조차를 안 하고 있었던 사실을 인식했다. 영원히 그곳에서 살 것처럼 굴더니 너도 인간이긴 하구나? 속에서 비아냥거리니까 나는 한 번 더 생각하는 척을 했는데 척은 척 일 뿐이다. 며칠, 혹은 몇 달 만에 xx의 이름이 내 입에서 나왔다. 나는 아주 아주 아주 묘하다. 사실 9월 중순에도 이런 기분을 느꼈었는데, 그땐 xx의 이름을 딴 어떤 물체를 보고서. 그것도 며칠 동안 내내 보면서도 끝끝내 xx를 떠올리지 않았었다. 한참 지나고 나서야 책상 위를 굴러다니는 그 상표를 보고 아차 싶었다. 나는 xx를 잊는 게 좀 많이 거북하다. 그 인간은 나를 애정결핍증 환자에 불쌍한 인간으로 생각하고 있겠지만. 나는 그것조차 나를 기억하는 방식이라고 자위하며 손끝을 톡 톡 친다. 톡 톡 치면 그만큼의 추억들도 툭 툭 바닥을 친다. 나는 그것들이 아까워서 곱게 곱게 모아서 다시 포장을 하곤 했다. 그런 행위를 더 이상 반복하지 않는다는 건 나는 기억하는 방식을 잊은 것인가? 아니면 xx를 잊은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나는 역시 망각의 동물인가.


 


네 생각만큼은 아니야. 네가 보는 것과는 달라. 나는 이런 말들이 싫었다. 나는 아직 눈에 보이는 게 전부인 사람이고,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사람인데. 그 사람의 본질이 내가 생각하던 것과 다르다고 해서 그 사람과의 처음과 끝이 전부 틀어지고 망가지는 건 좀 잔인한 일이잖어. 어떤 게 사실이고 어떤 게 거짓인지 나는 그 잣대가 아직 어려워서 혼란스럽다. 하지만 난 말이야 내 사랑스러운 애인이 내 소중한 친구 둘이 본질적으로 나쁜 사람이라고 해서 '네 생각만큼 좋은 사람은 아니야'라는 소리를 타인에게 듣는다면, 나는 필수불가결적으로 그 타인을 나쁜 사람으로 치부할 것이다.



아무튼간에 직접 마주하고 닿은 시간이 많은 사람과 문자 몇 자로 마음을 확인한 사람 중에 후자가 더 소중하게 느껴졌던 사실은 평생 내 숙제일 거 같단 생각을 한다. 나는, 왜, 가까이 있는 사람을 좋아하지 못했지? 나는 왜, 속이 시커먼 사람을 좋아했을까? ㅡ나는 굉장히 단순한 사람인가? 그게 아니면 속물인가? 누군가가 판단해 이야기하는 나 말고 나는 내가 객관적으로 보는 내가 궁금하다. 언젠가 나를 고발하는 사람은 내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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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교적 꿈을 세세하게 기억하는 편인데, 그것들이 내게 미치는 영향은 꽤 커서 이따금 현실과 꿈을 구분 짓지 못하고 깊은 고민에 빠지곤 한다. 가령 며칠 전에는 부모님이 차 사고가 나서 돌아가시는 꿈을 꿨는데 나는 그 당시 부모님이 사고가 났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도피하듯 가랑비 사이를 빠른 걸음으로 걸으며 어설프게 웃음 지었다. 그 웃음이 도피성 웃음인지, 또 다른 종류의 웃음인지 알 턱이 없으나 나는 그 미소가 조금 묘하다. 곧 요란하게 울리는 핸드폰을 뒤로하고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나는 그때 웃음기를 싹 지우고 사고가 난 지점으로 뛰어갔다. 누군가가 알려주지 않았음에도 나는 사고가 난 곳을 떠올리고 미친 사람처럼 팔을 흔들며 뛰어갔는데, 어느 지점에 다다랐을 때 문득 든 생각은 아, 나도 죽었구나! 나는 마치 그때 죽음을 선고받은 듯 꼼짝없이 서 생각했다. 나는, 부모님 보다 먼저 죽었다. 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그러고 나서 눈이 스르르 떠졌는데 머리맡에 인형들을 보고서도 진정이 안 돼서 다시 눈을 감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혐오스러운 꿈이다.


 


이런 꿈은 짧으면 몇 주, 길면 몇 달 동안 내 무의식을 지배한다. 나는 오늘도 친구가 뭐 하냐고 묻기 전까지 그 꿈에서 있었다. 나는 그 묘한 미소를 기억한다. 평소와 같음에도 끔찍하게 이질적이고 마주하기 괴로운 표정. 아. 행복한 꿈을 기억을 못 하는 건지, 아예 꾸질 못하는 건지 혼란스럽네.


 


꿨던 꿈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꿈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러니까 공원을 걷는 것으로 시작되는 꿈이었는데 많이 배가 고픈 상태였는지 나는 먹을 걸 찾고 있었고, 조금 걷다 보니까 큰 공터가 나왔었다. 그 큰 공터에 많은 상이 차려져 있었는데 빈자리가 많아서 은근슬쩍 가까운 자리에 앉아 크게 한 수저를 뜨려고 했을 때 한 아줌마가 주인 있는 밥을 왜 먹느냐고 호통을 쳤다. 나는 너무 깜짝 놀라서 눈을 번쩍 뜨면서 꿈에서 깼고 깨고 나서 한 3초 정도 뒤에 번뜩 스치는 게, 그 많은 밥상들은 제삿밥이었다. 그리고 그 꿈을 꾼 게 6월 24일, 25일을 지나는 새벽이었다.


 


 


이따금 꿈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했었는데 요 몇 달 동안 달갑지 않은 꿈들을 꾸면서 생각이 좀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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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xx x xx xxx

 

 


하나님. 전능하신 나의 주 예수여. 내 불신의 믿음으로 말미암아 내려지는 축복은 영원한 안식이고자 합니다.


빈 종이를 아주 오랜만에 마주했습니다. 전과는 다르게 뭐라고 적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네요. 표현하는 방식을 잃은 걸까요, 표현할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적지 못하는 것일까요. 아주 쉬운 질문에도 대답을 하지 못하니 스스로 백치라 이름 짓는 것일 테지요. 그러나 진정한 백치라면 고 텅 빈 머리통 덕분에 두려운 것 따위는 없어야 할 텐데 이 궤변의 백치는 형태가 없는 것조차 두렵기 그지없습니다. 무뎌지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무형의 백치는 끝끝내 모른 척 손가락을 분지르렵니다.

 

분질러진 손가락이요. 차근차근 하나씩 으스러트리렵니다. 우둔한 백치이기 때문에 고통은 더 큰 고통으로 덮으렵니다. 그렇게 양손이 아작난다면 나는 더 이상 존재의 가치를 글로써 확인받으려 하지 않겠지요. 그럼 그다음 사람의 눈을 보렵니다. 감히 현자의 탈을 뒤집어쓰고 판단하렵니다.

 

왜 저를 원 밖에 두셨나요. 그 완벽한 원주율에 감히 넘어설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무력감에 탄식합니다. 탄식이요. 저주를 하기에도 겁이 나덥니다. 모든 것은 전능하신 당신의 뜻이니 차라리 벌 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괴롭습니다 주님. 오늘도 저는 머리맡에서 당신을 저주하며 당신의 존재를 확인받습니다.

 

그 타고난 본성까지 잔인한 당신. 나는 당신과 견주기를 원했으나 도무지 버틸 수가 없으니 혼자 시작한 시합을 이제 끝낼 때가 된 것 같아요. 누군가는 뜻을 위해 성자가 되기도, 악마가 되기도 하지만 나는 온전함을 택하렵니다. 길몽과 흉몽중에 흉몽을 택하렵니다. 그대. 무심코 나를 버리소서. 돌아가는 길은 다만 티끌의 후회도 없으심을 믿습니다. 나는 그 꼿꼿한 등을 보고서 자꾸만 자꾸만 등 뒤를 보렵니다. 그래서 소금기둥이 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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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지나치듯 한 말들이 나의 전부가 될 때. 나는 곧잘 혼자 떠들곤 하는데 얼마 전 친구한테 어떤 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말을 했었다. #1. 오늘 잠깐 낮잠을 자는데 그 몽롱한 의식 속에 나는 또 한 번 누군가 나를 지켜보는듯한 착각에 몹시 불쾌해졌고 베개에 깊숙하게 얼굴을 처박았다. 아, 싫다. 이미 떠난 사람이 계속해서 내 의식에 침투하는 건 정말 참을 수 없이 불쾌한 일이라서 나는 일어나서도 한 참 을 구겨진 표정을 하고 앉았었다.



#1

나는 나의 치부를 보이고 싶지 않아, 나의 삶은 궁극적으로 내 추악한 이면을 절대적으로 숨기며 살고 있는걸. 그 사람은 얼마 나를 보지 않았는데도 내가 나를 보여주지 않았는데도 나를 알아차리고 내 앞에서 나를 고발했어. 고발이야, 고발. 나는 그 사람 입에서 나에 대한 모난 말들이 뱉어지는 동안 얼어서 꼼짝도 할 수 없었어. 알몸으로 막다른 길을 걷고 있는데 그 사람이 내 옆에 서있는 게 아니라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는 거야, 나를. 유독 그 사람의 얼굴이 가깝게 느껴지더라. 나는 그냥 그게 내 의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입을 꽉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어. 불가항력이야. 나는 그렇게 고발 당해본 적이 처음인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을 의지하는 나를 찢어 죽이고 싶었어.



어제는 아침부터 약속이 있어서 나갔다 왔는데 같이 만난 사람 사정으로 잠깐 점심만 먹고 빠이빠이 해서 비 오는 거리를 좀 걷다가, 홍대에서 본 노점 꽃가게에서 꽃을 사지 않은 걸 후회하고 집을 가야지 했다. 집으로 가는 쪽이 동대문이라, 평소에는 동대문역으로 갔는데 오늘은 이유 없이 변덕이 끓어 역사 문화공원에서 내리게 됐는데, 그냥 그때 때마침 한 친구 생각이 나서 그 친구 생각을 하면서 개찰구로 나왔다. 그다지 역을 의식하고 있던 상태도 아니었고, 그냥 정말 그냥! 근데 말이야, 많고 많은 출구 중에 딱 그 친구를 만났던 그 장소인 거야. 또 1000곡이 넘는 플레이리스트(ㅋㅋ) 중에 노래도 랜덤이었는데... 같이 나눴던 노래가 나오는 거야. 그리고 그 친구 머리색이 엄청 독특했었는데 비슷한 머리색을 가진 사람이 지나가서 하늘이 나를 가지고 장난치나.... 싶었다. 와 다시 생각해도 엄청 독특한 경험이네. 나는 한참을 빗 길을 걸으면서 우산 없이 여기를 뛰어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미친년이 되고 싶었다. 그냥, 내가 돌아버렸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그 우울을 견디지 못하고서 내 둘밖에 없는 진짜 친구 중 한 명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음, 걔가 그러더라. 원래 오래가는 거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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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늘 왜, 라고 묻는 습관을 갖고 있다. 

나는 왜 너를 만났는가. 나는 왜 네게 빠져들어갔는가. 나는 왜 너를 예쁘다고 생각하는가. 아, 나는 왜 불과 같이, 너를 갖고 싶었던가.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면 모든 게 끝나버릴 질문이겠지. 사람들은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기 때문에, 라고 설명한다. 나는 그 말을 믿지 못하겠다. 네가 알아 듣기 편하도록 쉽게 설명하자면, 사랑을 본 적도 만진 적도 없어서 나는 그 말, 사랑을 믿지 못 한다.


은교, 박범신


 


01.

그럼 그게 사랑이 아니고 뭐겠어요?

나는 왜 너를 만났는가, 하면 그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고. 나는 왜 네게 빠져들어갔는가, 하면 나를 이루는 것들이 너를 사랑하게 돼서라고 대답할 테다. 나의 오감은 오롯 너에게만 반응할 테고 (왜냐하면 나를 이루는 것들은 이미 네게 푹 빠져있거든) 그 끝없는 갈망에 까득 까득 씹어 삼키는 상상을 백 번은 넘게 하며 핏발을 세울 테야 ㅡ왜냐하면ㅡ 아, 나는 불과 같이. 너를 갖고 싶기 때문에.


 


불안을 안고 가야 한다면 그 불행까지 함께 할 각오로 키스해요. 조금 덜해도 더해도 안 돼, 너의 불행을 내가 집어삼키고 나의 불행을 네가 집어삼키는 거야. 뱃속에서 영원히 살아 위벽을 벅벅 긁어댈 것들을 사랑할 각오로 나를 대해요. 나는 돌아버릴 정도로 너를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해서 말이야. 그렇게 해서 네게 내 치부를 모두 뱉어낼 수 있을 때까지.


 


02. 누군가 나를 위해 밤늦게까지 운전을 해줬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요. 그냥 캄캄한 도로 위를 달리고 있으면 내가 누군지, 뭘 해야 하고 뭘 찾고 있는지, 당장에 중요한 일이 하나도 생각나지가 않아서.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손바닥을 긁으면 그 순간만큼은......


 


02-1. 여담인데 어제 덕수궁을 걷는데 내가 딱 좋아하는 그만큼의 빛이 들어서 커다란 담벼락 아래서 소심하게 춤을 췄어요. 내가 가장 사랑하는 보라색의 치마를 입고, 새로 좋아하게 된 노래를 들으면서 딱 그만큼의 빛을 받고 있으니까 정말 끔찍하게 행복하더라. 열심히 셔터를 누르면서 처음으로 사진이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다,고 미놀타의 짱짱한 셔터음을 들으며 주저앉을 뻔한 걸 간신히 참았지.. 노출 조절을 잘못해서 전체가 까맣게 나오더라도 그것대로 행복할 거 같아요. 나는 변덕쟁이니까 사진 인화는 아마 저~~멀리~~~~


 


03. 왜 좋은 사람들은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을 선택하죠? / 글쎄, 우린 자신의 크기에 맞는 사랑을 한단다. / 넌 더 큰 사람이라고 알려줄 순 없나요? / 노력해 볼 순 있지. 월플라워 中

샘의 첫키스가 특유의 ㅋㅋ클리셰 넘치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깊고 짙게 그리고 농밀하게 진행되지 않고 순간, 정말 찰나로 끝이 난 다음 눈이 가득 쌓인 마당 그리고 이브의 끝을 말하는 친구들을 비출 때 나는 소리를 지를 뻔했다. 나의 이상적인 크리스마스와 키스 그리고 그들의 연대감이 느껴져 말이야.. 나는 꼭 작년의 크리스마스로 돌아간 거 같은 착각이 들었는데 썩 달갑진 않더라. 

배려는 고맙지만, 다른 사람 인생을 네 인생보다 우선하고 그걸 사랑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 샘은 정말 걱정이란 걸 하고 있었고 찰리는 자신의 마음을 '쥐어짜고' 있었는데 나는 그 마음을 쥐어짜는 행위가 너무너무너무 익숙해서 마찬가지로 가슴이 꽉꽉 주물러지는 거 같았다. 나는 좀 병적이야, 그리고 그런 병들이 나를 더 아름답게 하지. 참 엿 같고 좋은 거 같어.

영화는 전체적으로 다양성이... 독보였다고 생각합니다... 음 특히 나는 찰리랑 패트릭이 키스하는 장면이 좋았는데 입맞춤을 끝내고 찰리를 꼭 끌어안으며 우는 장면에서 알 수 없는 연민을 느꼈다.... 사랑을 하는데 있어서 나의 정체성 자체가 걸림돌이 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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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을 전시합니다.



삶에서 삶을 지날 때, 너무 빼곡해서 생각이 들어 찰 틈도 없을 때의 이야기에요. 문득 치미는 것들을 무던히 삼켰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그렇게 맥없이 놔버리니까 내가 힘이 날리가 있겠어요?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들을 나열해요. 그리고 나서는 곧 그것이 최선이 아님을 깨닫고서 대체 정의가 있기는 하느냐고 되묻죠. 나는 대답을 할 수가 없어요. 어느하나 정확하게 대답을 못하는 무능력자, 목구멍에서 턱 턱 막히는 말들이 말한다고 해서 상대방에게 닿기나 하겠어요? 그냥 무던히 삼키는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더라고요. 그렇게 삼키다보니까 뱃속이 더부룩해. 항상 배를 두 손으로 껴안고 자요, 아. 자다가 혹시라도 머리맡에 게워놓을까봐. 그럼 그 꼬라지를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봐야하잖아요. 나는 아침이 가장 중요한 사람인데. 봐, 어떤 걸 선택해도 결국엔 행복이랑 좀처럼 가까워지지를 못해요. 그럼 나는 대체 왜 이렇게 너덜너덜하지?



진하게 남은 사람들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을 때, 뜻모를 감정이라 정의해 한 쪽으로 치워둔 것들이 더이상 모르는 것들이 아니게 될 때. 백치를 모방하며 혀를 씹을 때.


 


까만 개가 밥이 없다고 집을 버렸다. 사람이 개를 버린 게 아니라 개가 사람을 버린 거야. 너무 근사한데. 눈동자까지 시꺼매서는 절대적으로 대화를 할 수가 없는 개새끼였다. 나는 그것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까만 개의 머리통을 부여잡고 하루 종일 눈을 맞추고 있곤 했다. 깜빡깜빡 감기고 이따금 맺히는 눈물에 눈가를 핥아줬다. 얘, 무슨 생각을 해? 멋대로 콧등에 콧등을 비비니 신경질을 내며 머리통을 뒤로 빼버리는 탓에 자꾸자꾸 하고 싶어도 참아야 했다. 얘, 너는 나를 사랑할까? 번들거리는 까만 눈. 셀로판지 같아. 개는 침묵한다. 적막이야 그럴듯했으나 영원히 들을 수 없는 대답은. 아아, 무기력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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