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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call me anything
우울을 전시합니다.



삶에서 삶을 지날 때, 너무 빼곡해서 생각이 들어 찰 틈도 없을 때의 이야기에요. 문득 치미는 것들을 무던히 삼켰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그렇게 맥없이 놔버리니까 내가 힘이 날리가 있겠어요?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들을 나열해요. 그리고 나서는 곧 그것이 최선이 아님을 깨닫고서 대체 정의가 있기는 하느냐고 되묻죠. 나는 대답을 할 수가 없어요. 어느하나 정확하게 대답을 못하는 무능력자, 목구멍에서 턱 턱 막히는 말들이 말한다고 해서 상대방에게 닿기나 하겠어요? 그냥 무던히 삼키는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더라고요. 그렇게 삼키다보니까 뱃속이 더부룩해. 항상 배를 두 손으로 껴안고 자요, 아. 자다가 혹시라도 머리맡에 게워놓을까봐. 그럼 그 꼬라지를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봐야하잖아요. 나는 아침이 가장 중요한 사람인데. 봐, 어떤 걸 선택해도 결국엔 행복이랑 좀처럼 가까워지지를 못해요. 그럼 나는 대체 왜 이렇게 너덜너덜하지?



진하게 남은 사람들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을 때, 뜻모를 감정이라 정의해 한 쪽으로 치워둔 것들이 더이상 모르는 것들이 아니게 될 때. 백치를 모방하며 혀를 씹을 때.


 


까만 개가 밥이 없다고 집을 버렸다. 사람이 개를 버린 게 아니라 개가 사람을 버린 거야. 너무 근사한데. 눈동자까지 시꺼매서는 절대적으로 대화를 할 수가 없는 개새끼였다. 나는 그것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까만 개의 머리통을 부여잡고 하루 종일 눈을 맞추고 있곤 했다. 깜빡깜빡 감기고 이따금 맺히는 눈물에 눈가를 핥아줬다. 얘, 무슨 생각을 해? 멋대로 콧등에 콧등을 비비니 신경질을 내며 머리통을 뒤로 빼버리는 탓에 자꾸자꾸 하고 싶어도 참아야 했다. 얘, 너는 나를 사랑할까? 번들거리는 까만 눈. 셀로판지 같아. 개는 침묵한다. 적막이야 그럴듯했으나 영원히 들을 수 없는 대답은. 아아, 무기력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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