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전능하신 나의 주 예수여. 내 불신의 믿음으로 말미암아 내려지는 축복은 영원한 안식이고자 합니다.
빈 종이를 아주 오랜만에 마주했습니다. 전과는 다르게 뭐라고 적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네요. 표현하는 방식을 잃은 걸까요, 표현할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적지 못하는 것일까요. 아주 쉬운 질문에도 대답을 하지 못하니 스스로 백치라 이름 짓는 것일 테지요. 그러나 진정한 백치라면 고 텅 빈 머리통 덕분에 두려운 것 따위는 없어야 할 텐데 이 궤변의 백치는 형태가 없는 것조차 두렵기 그지없습니다. 무뎌지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무형의 백치는 끝끝내 모른 척 손가락을 분지르렵니다.
분질러진 손가락이요. 차근차근 하나씩 으스러트리렵니다. 우둔한 백치이기 때문에 고통은 더 큰 고통으로 덮으렵니다. 그렇게 양손이 아작난다면 나는 더 이상 존재의 가치를 글로써 확인받으려 하지 않겠지요. 그럼 그다음 사람의 눈을 보렵니다. 감히 현자의 탈을 뒤집어쓰고 판단하렵니다.
왜 저를 원 밖에 두셨나요. 그 완벽한 원주율에 감히 넘어설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무력감에 탄식합니다. 탄식이요. 저주를 하기에도 겁이 나덥니다. 모든 것은 전능하신 당신의 뜻이니 차라리 벌 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괴롭습니다 주님. 오늘도 저는 머리맡에서 당신을 저주하며 당신의 존재를 확인받습니다.
그 타고난 본성까지 잔인한 당신. 나는 당신과 견주기를 원했으나 도무지 버틸 수가 없으니 혼자 시작한 시합을 이제 끝낼 때가 된 것 같아요. 누군가는 뜻을 위해 성자가 되기도, 악마가 되기도 하지만 나는 온전함을 택하렵니다. 길몽과 흉몽중에 흉몽을 택하렵니다. 그대. 무심코 나를 버리소서. 돌아가는 길은 다만 티끌의 후회도 없으심을 믿습니다. 나는 그 꼿꼿한 등을 보고서 자꾸만 자꾸만 등 뒤를 보렵니다. 그래서 소금기둥이 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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