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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call me anything



나는 비교적 꿈을 세세하게 기억하는 편인데, 그것들이 내게 미치는 영향은 꽤 커서 이따금 현실과 꿈을 구분 짓지 못하고 깊은 고민에 빠지곤 한다. 가령 며칠 전에는 부모님이 차 사고가 나서 돌아가시는 꿈을 꿨는데 나는 그 당시 부모님이 사고가 났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도피하듯 가랑비 사이를 빠른 걸음으로 걸으며 어설프게 웃음 지었다. 그 웃음이 도피성 웃음인지, 또 다른 종류의 웃음인지 알 턱이 없으나 나는 그 미소가 조금 묘하다. 곧 요란하게 울리는 핸드폰을 뒤로하고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나는 그때 웃음기를 싹 지우고 사고가 난 지점으로 뛰어갔다. 누군가가 알려주지 않았음에도 나는 사고가 난 곳을 떠올리고 미친 사람처럼 팔을 흔들며 뛰어갔는데, 어느 지점에 다다랐을 때 문득 든 생각은 아, 나도 죽었구나! 나는 마치 그때 죽음을 선고받은 듯 꼼짝없이 서 생각했다. 나는, 부모님 보다 먼저 죽었다. 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그러고 나서 눈이 스르르 떠졌는데 머리맡에 인형들을 보고서도 진정이 안 돼서 다시 눈을 감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혐오스러운 꿈이다.


 


이런 꿈은 짧으면 몇 주, 길면 몇 달 동안 내 무의식을 지배한다. 나는 오늘도 친구가 뭐 하냐고 묻기 전까지 그 꿈에서 있었다. 나는 그 묘한 미소를 기억한다. 평소와 같음에도 끔찍하게 이질적이고 마주하기 괴로운 표정. 아. 행복한 꿈을 기억을 못 하는 건지, 아예 꾸질 못하는 건지 혼란스럽네.


 


꿨던 꿈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꿈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러니까 공원을 걷는 것으로 시작되는 꿈이었는데 많이 배가 고픈 상태였는지 나는 먹을 걸 찾고 있었고, 조금 걷다 보니까 큰 공터가 나왔었다. 그 큰 공터에 많은 상이 차려져 있었는데 빈자리가 많아서 은근슬쩍 가까운 자리에 앉아 크게 한 수저를 뜨려고 했을 때 한 아줌마가 주인 있는 밥을 왜 먹느냐고 호통을 쳤다. 나는 너무 깜짝 놀라서 눈을 번쩍 뜨면서 꿈에서 깼고 깨고 나서 한 3초 정도 뒤에 번뜩 스치는 게, 그 많은 밥상들은 제삿밥이었다. 그리고 그 꿈을 꾼 게 6월 24일, 25일을 지나는 새벽이었다.


 


 


이따금 꿈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했었는데 요 몇 달 동안 달갑지 않은 꿈들을 꾸면서 생각이 좀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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