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So call me anything
2016-10-01



 나는 늘 왜, 라고 묻는 습관을 갖고 있다. 

나는 왜 너를 만났는가. 나는 왜 네게 빠져들어갔는가. 나는 왜 너를 예쁘다고 생각하는가. 아, 나는 왜 불과 같이, 너를 갖고 싶었던가.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면 모든 게 끝나버릴 질문이겠지. 사람들은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기 때문에, 라고 설명한다. 나는 그 말을 믿지 못하겠다. 네가 알아 듣기 편하도록 쉽게 설명하자면, 사랑을 본 적도 만진 적도 없어서 나는 그 말, 사랑을 믿지 못 한다.


은교, 박범신


 


01.

그럼 그게 사랑이 아니고 뭐겠어요?

나는 왜 너를 만났는가, 하면 그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고. 나는 왜 네게 빠져들어갔는가, 하면 나를 이루는 것들이 너를 사랑하게 돼서라고 대답할 테다. 나의 오감은 오롯 너에게만 반응할 테고 (왜냐하면 나를 이루는 것들은 이미 네게 푹 빠져있거든) 그 끝없는 갈망에 까득 까득 씹어 삼키는 상상을 백 번은 넘게 하며 핏발을 세울 테야 ㅡ왜냐하면ㅡ 아, 나는 불과 같이. 너를 갖고 싶기 때문에.


 


불안을 안고 가야 한다면 그 불행까지 함께 할 각오로 키스해요. 조금 덜해도 더해도 안 돼, 너의 불행을 내가 집어삼키고 나의 불행을 네가 집어삼키는 거야. 뱃속에서 영원히 살아 위벽을 벅벅 긁어댈 것들을 사랑할 각오로 나를 대해요. 나는 돌아버릴 정도로 너를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해서 말이야. 그렇게 해서 네게 내 치부를 모두 뱉어낼 수 있을 때까지.


 


02. 누군가 나를 위해 밤늦게까지 운전을 해줬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요. 그냥 캄캄한 도로 위를 달리고 있으면 내가 누군지, 뭘 해야 하고 뭘 찾고 있는지, 당장에 중요한 일이 하나도 생각나지가 않아서.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손바닥을 긁으면 그 순간만큼은......


 


02-1. 여담인데 어제 덕수궁을 걷는데 내가 딱 좋아하는 그만큼의 빛이 들어서 커다란 담벼락 아래서 소심하게 춤을 췄어요. 내가 가장 사랑하는 보라색의 치마를 입고, 새로 좋아하게 된 노래를 들으면서 딱 그만큼의 빛을 받고 있으니까 정말 끔찍하게 행복하더라. 열심히 셔터를 누르면서 처음으로 사진이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다,고 미놀타의 짱짱한 셔터음을 들으며 주저앉을 뻔한 걸 간신히 참았지.. 노출 조절을 잘못해서 전체가 까맣게 나오더라도 그것대로 행복할 거 같아요. 나는 변덕쟁이니까 사진 인화는 아마 저~~멀리~~~~


 


03. 왜 좋은 사람들은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을 선택하죠? / 글쎄, 우린 자신의 크기에 맞는 사랑을 한단다. / 넌 더 큰 사람이라고 알려줄 순 없나요? / 노력해 볼 순 있지. 월플라워 中

샘의 첫키스가 특유의 ㅋㅋ클리셰 넘치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깊고 짙게 그리고 농밀하게 진행되지 않고 순간, 정말 찰나로 끝이 난 다음 눈이 가득 쌓인 마당 그리고 이브의 끝을 말하는 친구들을 비출 때 나는 소리를 지를 뻔했다. 나의 이상적인 크리스마스와 키스 그리고 그들의 연대감이 느껴져 말이야.. 나는 꼭 작년의 크리스마스로 돌아간 거 같은 착각이 들었는데 썩 달갑진 않더라. 

배려는 고맙지만, 다른 사람 인생을 네 인생보다 우선하고 그걸 사랑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 샘은 정말 걱정이란 걸 하고 있었고 찰리는 자신의 마음을 '쥐어짜고' 있었는데 나는 그 마음을 쥐어짜는 행위가 너무너무너무 익숙해서 마찬가지로 가슴이 꽉꽉 주물러지는 거 같았다. 나는 좀 병적이야, 그리고 그런 병들이 나를 더 아름답게 하지. 참 엿 같고 좋은 거 같어.

영화는 전체적으로 다양성이... 독보였다고 생각합니다... 음 특히 나는 찰리랑 패트릭이 키스하는 장면이 좋았는데 입맞춤을 끝내고 찰리를 꼭 끌어안으며 우는 장면에서 알 수 없는 연민을 느꼈다.... 사랑을 하는데 있어서 나의 정체성 자체가 걸림돌이 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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