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So call me anything
2016-10-03




언젠가 지나치듯 한 말들이 나의 전부가 될 때. 나는 곧잘 혼자 떠들곤 하는데 얼마 전 친구한테 어떤 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말을 했었다. #1. 오늘 잠깐 낮잠을 자는데 그 몽롱한 의식 속에 나는 또 한 번 누군가 나를 지켜보는듯한 착각에 몹시 불쾌해졌고 베개에 깊숙하게 얼굴을 처박았다. 아, 싫다. 이미 떠난 사람이 계속해서 내 의식에 침투하는 건 정말 참을 수 없이 불쾌한 일이라서 나는 일어나서도 한 참 을 구겨진 표정을 하고 앉았었다.



#1

나는 나의 치부를 보이고 싶지 않아, 나의 삶은 궁극적으로 내 추악한 이면을 절대적으로 숨기며 살고 있는걸. 그 사람은 얼마 나를 보지 않았는데도 내가 나를 보여주지 않았는데도 나를 알아차리고 내 앞에서 나를 고발했어. 고발이야, 고발. 나는 그 사람 입에서 나에 대한 모난 말들이 뱉어지는 동안 얼어서 꼼짝도 할 수 없었어. 알몸으로 막다른 길을 걷고 있는데 그 사람이 내 옆에 서있는 게 아니라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는 거야, 나를. 유독 그 사람의 얼굴이 가깝게 느껴지더라. 나는 그냥 그게 내 의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입을 꽉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어. 불가항력이야. 나는 그렇게 고발 당해본 적이 처음인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을 의지하는 나를 찢어 죽이고 싶었어.



어제는 아침부터 약속이 있어서 나갔다 왔는데 같이 만난 사람 사정으로 잠깐 점심만 먹고 빠이빠이 해서 비 오는 거리를 좀 걷다가, 홍대에서 본 노점 꽃가게에서 꽃을 사지 않은 걸 후회하고 집을 가야지 했다. 집으로 가는 쪽이 동대문이라, 평소에는 동대문역으로 갔는데 오늘은 이유 없이 변덕이 끓어 역사 문화공원에서 내리게 됐는데, 그냥 그때 때마침 한 친구 생각이 나서 그 친구 생각을 하면서 개찰구로 나왔다. 그다지 역을 의식하고 있던 상태도 아니었고, 그냥 정말 그냥! 근데 말이야, 많고 많은 출구 중에 딱 그 친구를 만났던 그 장소인 거야. 또 1000곡이 넘는 플레이리스트(ㅋㅋ) 중에 노래도 랜덤이었는데... 같이 나눴던 노래가 나오는 거야. 그리고 그 친구 머리색이 엄청 독특했었는데 비슷한 머리색을 가진 사람이 지나가서 하늘이 나를 가지고 장난치나.... 싶었다. 와 다시 생각해도 엄청 독특한 경험이네. 나는 한참을 빗 길을 걸으면서 우산 없이 여기를 뛰어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미친년이 되고 싶었다. 그냥, 내가 돌아버렸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그 우울을 견디지 못하고서 내 둘밖에 없는 진짜 친구 중 한 명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음, 걔가 그러더라. 원래 오래가는 거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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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늘 왜, 라고 묻는 습관을 갖고 있다. 

나는 왜 너를 만났는가. 나는 왜 네게 빠져들어갔는가. 나는 왜 너를 예쁘다고 생각하는가. 아, 나는 왜 불과 같이, 너를 갖고 싶었던가.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면 모든 게 끝나버릴 질문이겠지. 사람들은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기 때문에, 라고 설명한다. 나는 그 말을 믿지 못하겠다. 네가 알아 듣기 편하도록 쉽게 설명하자면, 사랑을 본 적도 만진 적도 없어서 나는 그 말, 사랑을 믿지 못 한다.


은교, 박범신


 


01.

그럼 그게 사랑이 아니고 뭐겠어요?

나는 왜 너를 만났는가, 하면 그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고. 나는 왜 네게 빠져들어갔는가, 하면 나를 이루는 것들이 너를 사랑하게 돼서라고 대답할 테다. 나의 오감은 오롯 너에게만 반응할 테고 (왜냐하면 나를 이루는 것들은 이미 네게 푹 빠져있거든) 그 끝없는 갈망에 까득 까득 씹어 삼키는 상상을 백 번은 넘게 하며 핏발을 세울 테야 ㅡ왜냐하면ㅡ 아, 나는 불과 같이. 너를 갖고 싶기 때문에.


 


불안을 안고 가야 한다면 그 불행까지 함께 할 각오로 키스해요. 조금 덜해도 더해도 안 돼, 너의 불행을 내가 집어삼키고 나의 불행을 네가 집어삼키는 거야. 뱃속에서 영원히 살아 위벽을 벅벅 긁어댈 것들을 사랑할 각오로 나를 대해요. 나는 돌아버릴 정도로 너를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해서 말이야. 그렇게 해서 네게 내 치부를 모두 뱉어낼 수 있을 때까지.


 


02. 누군가 나를 위해 밤늦게까지 운전을 해줬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요. 그냥 캄캄한 도로 위를 달리고 있으면 내가 누군지, 뭘 해야 하고 뭘 찾고 있는지, 당장에 중요한 일이 하나도 생각나지가 않아서.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손바닥을 긁으면 그 순간만큼은......


 


02-1. 여담인데 어제 덕수궁을 걷는데 내가 딱 좋아하는 그만큼의 빛이 들어서 커다란 담벼락 아래서 소심하게 춤을 췄어요. 내가 가장 사랑하는 보라색의 치마를 입고, 새로 좋아하게 된 노래를 들으면서 딱 그만큼의 빛을 받고 있으니까 정말 끔찍하게 행복하더라. 열심히 셔터를 누르면서 처음으로 사진이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다,고 미놀타의 짱짱한 셔터음을 들으며 주저앉을 뻔한 걸 간신히 참았지.. 노출 조절을 잘못해서 전체가 까맣게 나오더라도 그것대로 행복할 거 같아요. 나는 변덕쟁이니까 사진 인화는 아마 저~~멀리~~~~


 


03. 왜 좋은 사람들은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을 선택하죠? / 글쎄, 우린 자신의 크기에 맞는 사랑을 한단다. / 넌 더 큰 사람이라고 알려줄 순 없나요? / 노력해 볼 순 있지. 월플라워 中

샘의 첫키스가 특유의 ㅋㅋ클리셰 넘치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깊고 짙게 그리고 농밀하게 진행되지 않고 순간, 정말 찰나로 끝이 난 다음 눈이 가득 쌓인 마당 그리고 이브의 끝을 말하는 친구들을 비출 때 나는 소리를 지를 뻔했다. 나의 이상적인 크리스마스와 키스 그리고 그들의 연대감이 느껴져 말이야.. 나는 꼭 작년의 크리스마스로 돌아간 거 같은 착각이 들었는데 썩 달갑진 않더라. 

배려는 고맙지만, 다른 사람 인생을 네 인생보다 우선하고 그걸 사랑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 샘은 정말 걱정이란 걸 하고 있었고 찰리는 자신의 마음을 '쥐어짜고' 있었는데 나는 그 마음을 쥐어짜는 행위가 너무너무너무 익숙해서 마찬가지로 가슴이 꽉꽉 주물러지는 거 같았다. 나는 좀 병적이야, 그리고 그런 병들이 나를 더 아름답게 하지. 참 엿 같고 좋은 거 같어.

영화는 전체적으로 다양성이... 독보였다고 생각합니다... 음 특히 나는 찰리랑 패트릭이 키스하는 장면이 좋았는데 입맞춤을 끝내고 찰리를 꼭 끌어안으며 우는 장면에서 알 수 없는 연민을 느꼈다.... 사랑을 하는데 있어서 나의 정체성 자체가 걸림돌이 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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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삶을 지날 때, 너무 빼곡해서 생각이 들어 찰 틈도 없을 때의 이야기에요. 문득 치미는 것들을 무던히 삼켰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그렇게 맥없이 놔버리니까 내가 힘이 날리가 있겠어요?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들을 나열해요. 그리고 나서는 곧 그것이 최선이 아님을 깨닫고서 대체 정의가 있기는 하느냐고 되묻죠. 나는 대답을 할 수가 없어요. 어느하나 정확하게 대답을 못하는 무능력자, 목구멍에서 턱 턱 막히는 말들이 말한다고 해서 상대방에게 닿기나 하겠어요? 그냥 무던히 삼키는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더라고요. 그렇게 삼키다보니까 뱃속이 더부룩해. 항상 배를 두 손으로 껴안고 자요, 아. 자다가 혹시라도 머리맡에 게워놓을까봐. 그럼 그 꼬라지를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봐야하잖아요. 나는 아침이 가장 중요한 사람인데. 봐, 어떤 걸 선택해도 결국엔 행복이랑 좀처럼 가까워지지를 못해요. 그럼 나는 대체 왜 이렇게 너덜너덜하지?



진하게 남은 사람들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을 때, 뜻모를 감정이라 정의해 한 쪽으로 치워둔 것들이 더이상 모르는 것들이 아니게 될 때. 백치를 모방하며 혀를 씹을 때.


 


까만 개가 밥이 없다고 집을 버렸다. 사람이 개를 버린 게 아니라 개가 사람을 버린 거야. 너무 근사한데. 눈동자까지 시꺼매서는 절대적으로 대화를 할 수가 없는 개새끼였다. 나는 그것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까만 개의 머리통을 부여잡고 하루 종일 눈을 맞추고 있곤 했다. 깜빡깜빡 감기고 이따금 맺히는 눈물에 눈가를 핥아줬다. 얘, 무슨 생각을 해? 멋대로 콧등에 콧등을 비비니 신경질을 내며 머리통을 뒤로 빼버리는 탓에 자꾸자꾸 하고 싶어도 참아야 했다. 얘, 너는 나를 사랑할까? 번들거리는 까만 눈. 셀로판지 같아. 개는 침묵한다. 적막이야 그럴듯했으나 영원히 들을 수 없는 대답은. 아아, 무기력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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