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So call me anything
쉽고 빠르고 뻔한 것

 

날이 좋다. 항상 이맘때쯤이면 누군가와 함께 있었던 거 같은데 오랜만에 느끼는 부재와 그 부재에 따른 잔재 감정들이 때때로 무의식을 지배한다. 당신들이 주고 간 것들이 아직 내 삶에 빼곡한데 그렇다고 해서 다시 이 자리로 돌려내고 싶진 않고, 그렇다고 해서 안 보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냥 무언가를 하기엔 너무 멀리 온 거지. 저만치 간 당신들을 보면 그냥 행복을 빌어주고 싶다가도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고 웃고 만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면 내가 그냥 인생을 사는 게 더 확실해져서 아 나는 정말 시간을 보내고만 있구나 싶다. 당신들은 다를까? 무언가를 쫓기엔 우리는 적게 가진 것들을 숨키는데 급급했는데. 성장한듯싶다가 돌아보면 그대로라서, 삶에 있어 배움은 언제나 존재하지만 그 배움을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척도가 나눠지니 나는 그것들을 잘 받아먹은 걸까, 잘 받아먹지 못한 걸까.
지난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좀처럼 알 수가 없어 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았던 사람에 대해서. 누가 먼저 다가갈 생각 없이 서로가 아닌 걸 탐하던 관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끝이 어떻게 났는지 기억을 못 하는 걸 보면 그리 좋거나 나쁘진 않았나 보지. 서로의 어두운 곳까지 탐하지 못한 것을 누굴 탓할까. 너는 더 이상 불안과 의심에 눈 돌리지 않는다고 한다. 다가오는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그런 믿음은 어디서 올까? 더 좋은 사람을 만드는 건 사람이 하는 일일까?
나는 근본적인 물음이 많지만 사람은 궁금하지 않은 사람이라, 그럼에도 사람을 탐하니 이렇게 역설적일 수가 없어 이런 근본을 눈치챈 사람은 항상 혀를 찬다. 유하고 다 받아줄 것처럼 굴다가 돌연 굳으니 이 새끼는 뭔가 싶을 거야. 쉽고 빠르고 뻔한 건 재미가 없지. 하지만 그 쉽고 빠르고 뻔한 건 너무 맛있어서 항상 주워 먹고 탈이 난다. 쓰다 보니 정말 노잼인 일기는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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