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So call me anything
오랜만에 다시 날 것의 글

 

좋지 못한 상태. 
그냥. 내 삶을 되돌아보면 좋았던 상태였던 적이 잘 없으니까 나는 좋지 못한 상태가 너무나 익숙해서 누군가 어떻냐고 물으면 종종 말문이 막힌다. 디폴드값이 나쁨인 게 나는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아. 부정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냥 그렇게 사는 거겠지. 누군가 좋으면 좋지 않은 사람도 있는 거겠지. 나의 우울을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에 대해서 지나가는 말로 이야기했던 날에, 내가 뭐라고 종지부를 찍었더라.  

날이 추워졌다. 
날이 추워졌음에도 나는 종종 더워서 티셔츠를 펄럭인다. 그러다가도 갑작스럽게 너무 추워서 몸을 달달 떨어댄다. 친구는 내 몸상태를 걱정하며 한소리하다가, 곧 축 쳐진 나를 보고서 괜찮아 이제는 돌보고 있잖아 점점 괜찮아질거야 하고 말했다. 그럴까? 몸도 마음도 괜찮아질까? 언젠가 그랬지 하고 웃어 넘길 수 있을까? 

상대방이 없어 끝내지 못하는 관계에 대하여. 
아빠와 절대 마음과 마음으로 대화할 수 없다고 확신하기에 내 상처는 이미 그른 거란 생각을 한다. 이미 그른 상처, 마주하기엔 버거워서 가끔만 꺼내보는 이 상처는 내 본질적인 성격에 영향을 잔뜩 끼쳐서 애쓰지 않아도 외면할 수 있고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접을 수 있는데 그렇기에 끝맛이 쓰지만 나는 그것보다 더 큰 것도 삼키고 있잖아. 그러니까 괜찮다고 말하며 무뎌진 것들의 명복을 빌어준다. 어떻게 살아야할까 하고 물었던 영지 선생님의 말이 영화를 보고 난 다음부터 종종 내게 물음을 던진다. 삶이란 버티는 것이지, 어떻게 풀어가야할까에 대한 고민을 해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결론을 낼 만큼 강하지 않기에 나는 오늘도 물음에서 물음으로 생각을 끝낸다. 참 가련하지 않을 수 없어. 




귀야우어어ㅓㅇ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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