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So call me anything
이운진, 북극여행자

늘 그래 왔듯이

몇 개의 강과 몇 개의 구름으로는

나를 달랠 수가 없었어

한 계절 한 계절씩

다른 옷을 갈아입는 일로는

나를 바꿀 수 없었어

눈을 감으면 멀리서

작은 짐승이 혼자 눈을 밟고 가는 소리

보름달이 뜨면

길 잃은 늑대의 휘파람 소리

사람의 말을 배우지 않은 북쪽 숲의 바람 소리가

나를 불러서

새들의 하늘 지도를 빌려

열흘 낮 열흘 밤

이미 그곳에 있는 나에게로 갔어

나는 혼자일 때 가장 덜 외로웠으니

나는 사랑이라는 발음이 아주 서툴렀으니

광활한 얼음 벌판에서

풋사과 빛 오로라처럼 너울거리고 싶었어

별에서 슬픔이 날아와 내게 안길 때

무엇에서 시작되든 슬픔으로 끝나는 나의 시를

다시는 고치러 돌아가지 않기로 했어

내가 반성할 것이 라고는 슬픔뿐이고

그 슬픔마저 없으면 나는 정말 혼자가 될 테니까

그리고 기억이 나를 조금씩 속여 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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