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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call me anything
꽃놀이

 

 

 

2019년의 나는 꽃이랑 그다지 안 친해서 보고싶은 생각도 안 들었는데, 어제 버스 타고 지나가는 길에 벚꽃이 정말 너무 예쁘게 피어 있는거야. 나무가 산 위에 있어서 그런지 눈에 꽉 차 꼭 거기만 다른 세상 같아서 그 주변으로 가 그곳에 섞이고 싶었어. 한참을 그렇게 들여다보다가 시선을 다시 버스 안으로 옮겼는데 앞자리에 앉은 어르신도 그 창 밖에 벚꽃을 한참 보시더라고. 그렇게 지나는 것들에 의미를 둘 수 있는 게 아주 많이 낭만적으로 느껴져 아, 낭만적인 사람 하고 그 순간을 사랑하게 됐어. 올해의 꽃놀이는 이 시간이겠다. 작고 소중한 시간.

 

그러고 나서 좀 일찍 내려 걷는데 그곳에도 벚꽃이 있어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게 됐어. 남들보다 해를 더 많이 받아 일찍 핀 벚꽃이 일찍 져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있는거야. 그늘에 핀 벚꽃은 아직 한참인데, 나는 뭐가 좋을까. 쟤는 뭐가 되고 싶을까 하고 고민하게 됐는데 꽃은 이런 고민 같은 거 안 하겠지. 그저 피고 그저 질 뿐이겠지. 벚꽃은 흙냄새에 가까워, 벚꽃이 필 때면 진한 흙향기가 나. 그래서 벚꽃향을 담았다는 향수를 맡기 전에 꼭 흙냄새를 기대하게 되는데 그렇지가 않아서 그 곳을 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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