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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call me anything
여행길

 

 

3월 중순에 서울을 다녀왔다. 충동적이고 갑작스런 여행길에 마음은 들떴으나 한편으론 불안함도 공존했다. 아침에 길을 나설 때 날이 너무 좋다고 여기저기 이야기했는데 사실은 대전만 날씨가 좋은 거였고 서울엔 하늘이 우중충해 곧 비가 내린다고 했다. 그 때부터 어딘가 어긋난 거 같은 느낌에 버스 안에서 감도 낮은 우울함에 빠져 고민을 했던 거 같아. 도착하자마자 센트럴시티에 수 많은 사람들을 보고 아 내가 이래서 대전에 내려갔었지, 했다. 사람이 많은 건 정말 언제 겪어도 도무지 적응이 안 되는게 그 안에 섞이지 못해 겉도는 일을 반복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서울에 온다. 이중적이지 않을 수가 없어 걸으며 이번 미술관 전시는 나에게 어떤 걸 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사실 내게 여행길이 먼저지 무엇을 보러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오랜만에 바깥 바람에 봄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카레를 먹으며 주변 사람들 소음에 이대로 묻혀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지하철을 타고 시청역에 도착해 내리자 태극기를 가득 든 어머님 아버님들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또 한 번 여기가 이런 곳이지하며 걸었다. 미술관을 걸어 올라가는 길이 너무 좋았지만 너무 추웠다........ 추위는 도무지 적응이 안 되는 두번째다. 열심히 걸어 올라가다가 밤을 파는 아저씨도 보고, 누가 말을 걸었던 거 같은데 기억이 안 나네. 미술관에 도착하자마자 엄청난 인파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다지 취향이 아닌 사람의 전시라 안일하게 생각했던 게 문제였는지 끊임없이 밀려드는 인파에 기다림을 참지 못하고 돌아나왔다. 그냥, 이 날은 정적이고 무난한 날이 아니었던 모양이지.

 

곧 아는 동생을 만나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기록하기에는 너무 많고 사적인 부분이라 생략하자. 이리 저리 옮겨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춥다였고, 끝으로 돌아가는 길 버스가 가장 좋았다. 가만 보면 여행에서 가장 좋은 게 돌아가는 버스 안이다. 생각을 정리하고, 내가 뭘 해야하는지 지표가 되어주는 곳. 캄캄하고 조용하고 아늑한 곳.

 

이 날은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지만 시작부터 삐그덕거리던 것 치곤 꽤 괜찮은 여행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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