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스쳐갈 기억이 되어 떠오를 거야
오랜만에 커뮤를 합니다.

 개가 밥이 없다고 사람을 버렸다. 간결히 이루어진 미샤의 삶에서 제법 많은 부분을 차지했었다고 서사할 수 있는 개였다. 눈동자까지 시꺼메서 절대적으로 대화를 할 수가 없어, 그것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 미샤는 까만 개의 머리통을 부여잡고 온종일 눈을 맞추고 있곤 했다. 개는 노쇠하여 겨우 걸었으나 고집스러운 두 눈. 무너지지 않을 듯 무너지고, 무너지고 나서도 제 성을 분연히 쌓아 올리던 그 형형색색인 두 눈. 끊임없이 자신의 언어를 수단 삼아 눈을 맞추는 개의 삶을, 미샤는 애정을 담아 존중했다. 이따금 맺히던 눈물을 핥아주며 너, 무슨 생각을 해? 멋대로 콧등에 콧등을 비비니 신경질을 내며 머리통을 뒤로 빼버리는 탓에 자꾸자꾸 하고 싶어도 참아야 했다. 너는 나를 사랑할까? 번들거리는 까만 눈으로 개는 침묵한다. 적막이야 그럴듯했지만, 영원히 들을 수 없는 대답은 미샤를 무기력하게 만들었으나 그런 무기력은 반대로 삶의 수단이 되곤 했다. 밥이 없었던가. 텅 비어버린 공간을 쫓으며 미샤는 곤란함을 담아 마른세수를 했다. 초조함이 느껴지는 손짓이었다. 적적하게 목구멍을 긁는 갖은 수식어를 삼키며 미샤는 돌아 나와 개를 찾기 시작했다.

이 거리는 이다지도 차갑고 축축해서, 이런 곳이야말로 정말 먹을 게 없지 않겠냐고 혀를 차며 미샤는 곳곳을 들쑤셨다. 건물과 건물이 빼곡해 작정하고 숨는다면 개를 찾을 수 있을 리 만무했지만 그래도 미샤는 분주하게 흔적을 쫓았다. 제법 중요한 것을 찾는 모습에 대부분의 사람은 미샤를 지나쳤으나 몇몇 사람들은 걱정을 담아 물었다. 무얼 찾느냐고. 개를 찾는다고 대답하니 그중 또 몇몇은 자신의 흥미를 다하고 지나쳤으나 또 몇몇은 찾으려고 시늉했다. 그마저도 비가 오기 시작하자, 자신의 선의가 고작 이런 빗물에 죽어버린 것을 인정할 수 없는 얼굴을 하고서 돌아섰다. 그런 것들은 아무래도 좋았다.

제 개를 보셨어요? 제가 찾고 있는 게 있어서요. 사람은 맹목적으로 쫓는 것이 있다면 더 아름다워지잖아요. 그게 제 아름다움이었는데요. 없어졌거든요. 제 삶에서 도려내졌다고요. 아시겠어요? 의문을 담은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던 사람을 향해 미샤는 말했다. 사내는 허무한 얼굴을 하고서 그까짓 개가 이 거리에서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고 되물었다. 장사를 하는 데 방해가 되니까, 간절한 사람을 보면서도 돕고 싶지 않은 자신의 이기심을 마주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들은 아무래도 좋으니 개를 찾는 거라면 여기서는 본 적 없으니 다른 곳을 찾으라고 말했다. 고작 개에게 거창한 수식을 붙여가며 비를 맞는 아름다운 사내에게.

미샤는 그런 이기심이나 이타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람을 이루는 대부분은 대체로 그것들에서부터 시작되는 법이었으니 그렇기에 인간이 사랑스러운 것 아니겠냐고 반문하곤 했다. 그런 사랑스러움을 제외하더라도 타인의 삶이란 미샤에게 아무런 감응이 되지 못했으나, 지배와 책임으로 쓰이는 것들은 달랐다. 지배하는 것에는 책임을, 책임에는 대가가 따른다. 그것은 인간이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꼭 지켜야 하는 법칙 중 하나가 아니겠는가. 어둠을 쫓던 시선이 사내에게로 향했다. 분노인가. 증오인가. 회피인가. 그 무엇도 아닌 책임이란 이름 아래 미샤는 사내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 말들이 당신의 혓바닥 안에 있었을 때. 그때는 당신의 지배하에 있었겠지요? 어떤 것들이 나의 발치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속을 뜨겁게 하는 것. 예. 그런 것들이요. 생각보다 사람은 사람을 구성하는 것들로 하여금 오롯 서있을 수 있답니다. 그것들을 알아채지 못하고 사는 삶이란. 이토록 얼마나 가련한지. 미샤의 말아 쥔 주먹이 사내의 얼굴을 후려친 것은 찰나였다. 주절주절 떠들며 사람 좋은 낯을 하던 사람이 난데없이 자신을 후려치자 당혹감을 담아 돌아간 얼굴을 바로 했으나 다시금 면으로 쏟아지는 주먹질에 반항 한 번 해볼 새 없이, 휘청이는 다리를 세울 새도 없이, 그렇게 무너졌다.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 순간이요. 그 순간에 사람은 말의 지배를 받게 된답니다. 주체가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렇게 쉽게. 삶을 빼앗겨서야 되겠어요? 한껏 가라앉아 개가 짖는 것처럼. 개가 자신을 찾는 것처럼. 계속해서 물었다. 계속해서 책임을 무게 삼아 사내의 얼굴을 후려쳤다. 자꾸만 형편없이 무너지는 통에 멱살을 쥐어 잡고, 두 다리로 단단히 고정시켜가며 물었다. 유감은 없답니다. 책임만이 존재하지요.

슬프세요?

한곳만을 집요하게 팬 탓에 사정없이 일그러진 면에 얼굴을 가까이하며 미샤는 물었다. 허망하게 무너진 몸을 한 사내는 형태를 알아볼 수도 없게끔 얼룩이 졌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투명한 눈물을 쏟고 있었다. 한 손으로 턱을 쥐어 당기며 엄지로 샘솟는 눈물을 훔쳐주었다. 울지 마세요. 슬픔은 배려 따위 없는 삶의 악역이랍니다. 주체가 되어야지요. 자신의 삶을 오로지 스스로 책임지는 삶이란 누구나 원하는 삶 아니겠어요. 그렇게 양손으로 얼굴을 붙잡아 한참 눈물을 닦아주었다. 눈물은 사람을 슬프게 만들고, 슬픔은 사람을 잡아먹기에 슬픔은 인간이었다. 인간은 눈물이었다. 피와 눈물로 얼룩진 얼굴이 공포심을 담아 계속해서 시선을 피했다. 그것이 기꺼워서 미샤는 소리없이 웃었다.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바뀔 때쯤 다시 뒤통수를 움켜잡고 주먹질을 시작했다. 집요하게 눈과 입을 노리는 탓에 이따금 입안에서 충격을 이기지 못한 치아가 파편처럼 튀어나와 바닥을 뒹굴었다. 그런 파편이 하나씩 튀어 나갈 때마다 미샤는 잠시 손을 멈췄다가 사내의 숨이 온전해지기를 기다렸다. 허망한 손짓을 야기하던 사내는 곧 축 늘어져 간신히 붙들고 있던 열의마저 꺼트렸다. 내려앉는 몸을 그대로 내동댕이치며 미샤는 좀처럼 굳어있던 허리를 펴 꼿꼿하게 섰다. 이제 저의 상실을 이해하시겠지요? 목소리가 축축했다. 어쩐지 울고 싶어 하는 형상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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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인식한 것은 무너진 몸뚱이를 무가치하게 내려다보던 순간이었다. 지나치게 몰두했던 탓인가. 그가 좀처럼 관여할 생각이 없어서였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그제서야 미샤는 시선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시선이 얽혔다.

제 개를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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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쓴 글을 끌어다가 원하는 글을 썼다. 얼마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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